일단 저는 번역본을 먼저 보고, 대패질에 빡쳐서 그냥 원문으로 보려고 구매했습니다.
일본에서는 현재 6권까지 발매가 됐는데 제가 구입한 건 5권까지네요.
하필 구매를 부탁했던 분이 3월 20일쯤에 귀국하는 바람에 며칠 차이로 구매할 수 없었습니다.
뭐 암튼 각설하고....
-나나와 카오루-[ナナとカオル]
일단 엔하위키의 설명은 아래와 같습니다.
뭐 그렇지만 저는 이런 설명 보다는 좀 다른 방면에서의 감상평을 해볼까 합니다.
사실 이런 만화의 경우 일본 내에서는 15세 이상 관람가로 분류되어 있지만, 판매 부수와 인기도 상승을 위하여 의도적으로 Erotic한 장면을 잔뜩 집어넣는 경우가 많습니다. 더군다나 이건 아얘 자체적으로 SM을 표방하고 있으니 더더욱 그렇지요.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SM을 빙자한 두 사람의 밀고 당기기를 구경하는 맛이 만화를 보는 데 있어 진지함을 불러 일으키게 합니다.
의도야 어떻게 되었든 간에, SM 장면을 제외한 기타 다른 부분만을 솎아내서 보더라도 스토리 연계에 전혀 지장이 없으니까요. 그러니까 SM은 덤이라는 이야기가 될 수 있습니다.
이런 저런 핑계와 변명으로 둘러대긴 하지만 어쨌든 이 두사람은 서로 같은 추억을 공유하고픈 10대라는 겁니다. 어릴 적의 헛웃음이 나올 정도의 아련한 추억은 서로를 이성의 관계로 보진 않았기에 그저 묻어도 좋을 정도의 추억일 겁니다. 당연히 본편의 내용에서도 두세컷만으로 지나가버리는 짧은 기억이죠. 허나 사춘기 초입에 들어서면서 이들의 운명이 차츰 드러나며, 서로 엇갈리게 됩니다.
야무지고 모범적인 우등생 부학생회장과 나사 빠지고 망상 덩어리인 옆집 소꿉친구의 작은 일탈은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은 우리들의 대리 만족을 채워주는 의도이기도 할 겁니다.

사실, 주인공이자 주인님(!?)인 '스기무라 카오루'는 우리의 모습일 지도 모릅니다. 집에서야 온갖 위세와 허세를 부리지만 막상 세상에서는 "패배자" 취급을 하는 우리들... 그에 걸맞게 작가는 이 캐릭터에게 다양한 모습을 부여해주었습니다. 어떨 때는 옹졸하게, 어떨 때는 대범하게, 어떨 때는 영웅처럼... 물론 모든 캐릭터가 자신이라 생각하진 않지만, 독자들은 한, 두가지의 공통점을 찾으면 점점 그 캐릭터에 동화되는 모습을 보입니다.(실사에서 나온 훈남은 일단 Del)
소녀를 마음에 담아두고 있지만 다가갈 수 없고, 곁에 있기엔 그 소녀의 존재가 너무 대단했기에 모든 면에서 한걸음 물러서는 태도를 보이는 주인공은 10대가 아니라 30~40대 아저씨를 연상시키게 합니다. 세상의 풍파에 너무 고통받고 있지만 가족을 위하여 한걸음 물러서야만 하는 아버지의 모습도 보이구요. 뭐, 살짝 오버한 추측이긴 합니다만...
의외로 이 캐릭터, 밀고 당기기에 능합니다. 실력보다는 눈치로 살아온 인생이라 그런지 표정을 읽는 것도 능숙하고 주변 분위기 파악도 썩 잘합니다. 단, 유독 '나나'에게만은 참 둔합니다. 진짜로 둔해요. 만약에 '나나'와 같은 반이었다면 주변 사람들이 반대로 욕을 해줬을지도 모를 정도로 말이죠. 알면서 그러는 건지 몰라서 그러는 건지......
연재가 진행됨에 따라 점점 적극적으로 그리고 더욱 과격하게 SM이 진행될 겁니다. 그 상황에서 이 캐릭터성이 얼마나 무너지지 않고 살아남느냐가 차후 인기에 영향을 크게 미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 '나나'는 이렇지 않다능!을 외치고 싶게 만들 진히로인... 사실 작가도 마음 속에 여러 생각이 교차하고 있을 겁니다. 히로인인데 너무 강력한 거 아니냐, 왜 이렇게 '카오루'한테 물렁하냐... 연재 사이사이에 조금씩 드러나는 것들을 종합하면 이 캐릭터는 '츤데레' 속성과 '얀데레'도 조금 있습니다.
내가 갖기엔 아쉽고, 남주기엔 아까운 게 아니라 남하고 히히덕대면 질투하고 언제나 곁에 두고 싶어 합니다. 애초에 이 두사람이 이런 '휴식'을 갖게 된 것도 '카오루'에게 적극적으로 바통을 넘긴 '나나'의 대사 하나가 이루어낸 일이니까요.
현실에서는 이런 거 있을 수 없어. 따윈 잠시 잊고 싶게 만들 캐릭터인거죠.
미인에 볼륨 좋고, 성적 좋은데 나한테 홀딱 빠졌어. 라는 설정을 가진 여자 친구는 지구를 구한 사람만 가질 수 있습니다.(쳇!)
이 캐릭터에 대해서는 구분이 좀 애매합니다. 만화에서 작가의 시점으로 독자를 유도하긴 합니다만, 아무리 찾아봐도 '카오루'에 비해서 '나나'는 당시의 감정에 좀 더 대사가 많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약간은 감추어서 독자 개개인이 각각의 '나나'를 그려낼 수 있도록 유도한 것 같긴 합니다만...
아무리 15세에 만화가 대중화된 일본이라 하더라도 독자의 대부분은 '남자'일테고 그런 '남자'들의 성향에 모두 맞출 수는 없기에 오히려 이런 구조가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 있는 역설적 구조겠지요.
기타, 캐릭터들은 설명을 하기가 그렇네요. 무엇보다 이 두사람의 밀고 당기기를 보는 맛이니까요.
으음.... 딱히 표현하자면, "擦れ違う二人の愛の形"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서로가 서로는 마음에 두고 있지만, 다른 사람이 있을까봐 - 내가 상대에게 장애물이 될까봐 감추는 모습들이 더욱 안타깝게 만드니까요. 그렇지만 고등학교가 졸업하기 전에 이 두사람이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동시에 진행되는 '나나와 카오루 아라시'에서도 진척이 좀 더디던데 과연 제 바람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인지...